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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이 제 머리 못 깎아서’ 남에게 맡기겠다는데 뭘 또 준비하라는 건가? 준비도 필요하고 알아야 할 것도 있다. 독서와 글쓰기는 특히 교사에게만 맡겨서는 좋은 결과를 볼 수 없는 영역이다. 부모의 적극적인 관심과 협조가 있어야 더디더라도 진보를 볼 수 있다. 시작하는 지점이 어디인지에 따라 도착하는 지점도 달라진다.
독서/논술은 어렵다. 책을 읽어야 수업이 가능해서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느끼는 아이들에겐 짐 같은 수업이다. 책을 좋아하는 아이에게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니 시작할 때부터 목적이 뚜렷해야 한다. 상담할 때 내가 엄마들에게 던지는 첫 번째 질문은 ‘왜 하냐?’는 것이다. 대부분 글을 좀 잘 썼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한다. 당연한 소리다. 그리고 책을 골고루 읽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도 한다. 그것도 당연한 소리다. 그러나 이렇게 요구해서는 두루뭉술한 수업이 될 수밖에 없다. 마치 머리를 하러 가서 알아서 해 달라는 것과 다를 바 없다.
그럼 교사에게 무엇을 어떻게
요구해야 할까?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교재와 책도 소개하고 교사인 나를 ‘선 보이러’ 학부모와 상담을 하게 된다. 그 시간에 물론 교사 면접도 봐야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의 구체적 요구를 전달하는 일이다. 이 수업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엄마도 알고 교사도 알아야 좋은 결과를 볼 수 있다. 초등학교 4학년에 만나 6학년까지
수업을 한 친구가 있다. 그 친구의 어머니는 이미 시중에 나와있는 독서/논술 브랜드를 다 살펴보셨고 장단점까지 파악하고 있었다. 교사는 긴장할
수 밖에 없다. 요구 사항이 매우 디테일했다.
“우리 아이는 상상력이 풍부해서 이야기 쓰는 것을 좋아하고 동화를 정말 많이 읽어요. 그런데 정보책 읽기를 너무 싫어합니다. 그리고 논리적 글쓰기가 잘 안되는 것 같아요. 그 부분을 선생님께서 잘 이끌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이런 요구를 하는 어머니가 많지는 않다. 그러나 어머니의 이런 준비된 태도는 나중에 수업의 질에도 분명 영향을 미친다. 이 친구와 수업을 할 때는 비문학 수업에 신경을 많이 썼음은 물론이다. 작품을 읽고 설명문과 논설문 쓰기 등의 논리적 글쓰기를 많이 했는데 아이의 글쓰기 향상을 관찰하기 위해서 따로 준비한 노트에 쓰고, 첨삭하고, 다시 쓰기를 여러 번 반복했다. 결과는 매우 만족스러웠다.
이렇듯 학부모가 자녀의 상태를 잘 파악하고 있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교사에게서 수업을 시작하는 이유에 대해 질문을 받거든 두루뭉술하게 말하지 말고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고 요구해야 한다. 여러분의 돈과 아이들의 시간은 소중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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