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콘텐츠로 건너뛰기

글

라벨이 읽고 쓰고인 게시물 표시

그럼 어떤 책이 좋을까?(1)

이전 글에서 전집을 있는 대로 디스 했으니 그럼 어떤 책이 좋은 책인지도 이야기해야 할 것 같다. 일단, 재미있는 책이 가장 좋은 책이다. 어른인 우리는 투자 대비 효율을 따지느라 같은 값이면 교훈과 지식도 얻었으면 좋겠지만 재미를 느끼지 못하면 아이들은 다시 그 책을 만지지도 않는다. 그러니 재미가 가장 우선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재미만' 있는 책을 아이에게 줄 수는 없다. 맛도 있으면서 영양도 높은 책을 골라내는 안목이 있어야 하니 엄마 노릇이 어렵다. 의외성을 가진 이야기가 재미있다. <친구의 전설>(이지은 글. 그림, 웅진주니어)이라는 멋진 책이 있다. 이젠 표지만 보아도 작가의 내공이 느껴지고 아이들이 좋아할지 아닐지 감이 오는데, 이 책은 보자마자 '이거네!' 했다. 호랑이와 민들레의 만남이라는 설정 자체가 매우 독특하고 그림이 정말 만화스러워 아이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다. 어느 날 갑자기 호랑이에게 찾아와 꼬리에 뿌리를 내리고는 호랑이와 쏘울메이트가 된 민들레. 둘의 우정이야기가 가슴 뭉클하다. 등장 인물도 낯설고 벌어지는 사건도 예측을 벗어나는데 그 안에는 우정이라는 깊고 따뜻한 메시지가 있다. 이런 책이 재미에 교훈을 잘 녹여낸 '좋은 책'이다. 두 번째로 삶을 단순화시키는 책은 피하자. 동화는 아이들에게 익숙하고 편안한 이야기를 제공하지만, 때로는 그것이 삶의 복잡성을 과도하게 단순화시키는 경향이 있다. 이런 단순화된 이야기는 아이들이 삶을 가볍게 받아들이는 경향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이것은 선과 악의 구분이 명확한 전래동화가 고학년 어린이들에게는 부적합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학년이 높아질수록, 아이들은 삶의 복잡성을 이해하고, 그것을 반영하는 창작동화를 선호하게 된다. 또한, 축약본이나 만화책으로 고전을 접하는 것은 그 작품의 본질적인 가치를 희석시키며, 아이들이 그 작품에서 깊은 생각을 할 기회를 박탈하게 된다. 예를 들어, '걸리버 여행기’의 어린이용 축약본이나 만화본은 걸리...

알록달록 무지개 책장을 만들어주세요!

몇 년 전에 '책, 쌓아만 둬도 똑똑해질까?'라는 제목의 칼럼을 읽은 적이 있다. 호주와 미국의 연구진이  진행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아이들이 책을 읽지 않아도 집에 책이 쌓여 있는 장면을 보는 것만으로도 지적 능력이 향상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집에 책이 많이 있는 것만으로도 교육 성취도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고도 했다. 사회학 및 통계학 분야 국제학술지 ‘사회과학연구(Social Science Research)’에 실렸으니 얼렁뚱땅 진행된 연구도 아니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국제성인역량조사(PIAAC) 데이터 5년 치를 분석했다고 한다. 31개국 성인 남녀 16만 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중 ‘아동기와 청소년기에 집에 책이 얼마나 있었는지’와 ‘시험 결과’를 비교해보니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다. 글쎄...... 엄마들이 이런 연구 결과를 보아서일까? 수업을 위해 방문하는 집집마다 전집이 거실의 상석을 당당하게 차지하고 있다. 그 위용이 대단해서 어른인 나도 압도당할 지경인데, 전집 한번 째려보고 자신을 째려보는 엄마의 눈초리까지 감당하는 아이들은 얼마나 힘들까? 위 연구는 '책이 얼마나 많이 있는지' 에만 집중해서 보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책이 많은 집은 부모의 학력이 높을 가능성이 높고 학력이 높으면 교육열도 대개 높다. 그리고 평소에 책 읽는 모습을 자녀들에게 많이 보여주었을 것이다. 아이들은 부모의 모습을 보고 배운다. 전시되어 있는 책에 아이들이 접근하도록 돕는 역할은 당연히 부모가 하는 것이다. 그러니 책이 많은 것 보다 책을 사랑하는 부모의 태도와 습관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연구는 도대체 누가 시키는 것일까? 전집을 만드는 출판사에서 진행한 것은 아닐지 합리적인 의심이 든다. 책으로 벽을 꽉 채우고 싶게 만드는 연구 결과이기 때문이다. 전집으로 인테리어를 하면 우리 아이의 교육 성취도가 올라간다니 안 할 부모가 어디 있는가? 게다가 우린 세계 최고 교육 공화국, 대한민국에 살고 있다!  그...

어머니, 왜 시작하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