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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023의 게시물 표시

조금만, 조금만 더

내가 딱 싫어하는 그림체여서 누가 추천한 책이 아니었다면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표지였다. 표지만 봐도 어떤 책인지 감이 온다 했지만 사실 사람도 책도 외모로만 판단해서는 안된다. 이 책은 진실로 재미와 감동, 박진감에 반전까지 갖춘 수작이다. 상을 몇 개나 탔는지 헤아리기도 어렵다. 이런 책은 반드시 클래식의 반열에 오른다. 어느 날 윌리의 할아버지가 이유 없이 시름시름 앓아누우신다. 할아버지의 전부라고 할 수 있는 감자농장이 밀린 세금 때문에 경매에 넘어갈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윌리의 결정은 신속하다. 주저하거나 고민할 겨를이 없기 때문이다. 윌리는 농장을 지키려고 고군분투하지만 혼자 힘으로는 어림도 없다. 당찬 소년 윌리는 개 썰매 대회의 상금을 보고는 전재산 50달러를 내고 대회에 나가기로 한다. 동네 어른들은 잘못된 선택이라며 윌리를 말리지만 윌리의 결심은 흔들리지 않는다. "얼음 거인이 경주에서 진 적이 없다는 말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윌리는 걱정하지 않았다. 이기기로 결심했기 때문이다. 윌리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윌리는 이기기로 결심했기 때문이다. 얼음 거인이라해도 막을 수 없었다." 본문 중에서 윌리는 충실한 친구 같은 반려견 번개와 함께 한다. 동심은 이미 삶아 먹은 지 오래된 책선생인 나는  매일 번개와 함께 달리는 윌리를 보며   '이런 다윗과 골리앗 게임에서는 당연히 다윗이 이기지...' 라고 생각하며 작가가 어떻게 이 게임을 마무리할까를 기대하며 읽어 내려갔다. 윌리는 경기 당일 꽤 선전을 한다. 결승전 통과를 눈앞에 둔 순간 당찬 윌리도 감당하기 어려운 비극이 일어난다. 할아버지와 윌리의 사정을 아는 듯 사력을 다해 뛰었던 번개의 심장이 터져 죽은 것이다. 번개는 있는 힘을 다해 달렸다. 결승전까지 30미터 남았다. 그때 번개의 심장이 터졌다. 번개는 그 자리에서 죽었다. 아무 고통 없이. ​ 온 도시가 말없이 윌리를 지켜보았다. 윌리는 번개를 끌고 마지막 3미터를 걸어 결승선을 지났다...

So, What's the good book?(1)

In the previous post, I criticized buying complete book sets. In this post, I think we should discuss what makes a good book. First and foremost, a good book is an enjoyable one. While we adults may prioritize educational value, if a book isn’t fun, kids won’t touch it again. So, fun is the top priority. But that doesn’t mean we can just give kids books that are ‘only’ fun. We need to find books that are both tasty and nutritious, so to speak. It’s not easy being a mom! Stories with unexpected elements are fun. There’s a fantastic book called “The Legend of a Friend” (written and illustrated by Lee Ji-eun, Printed by Woongjin Junior). The premise of a tiger and a dandelion becoming friends is very unique, and the cartoon-like illustrations are sure to appeal to kids. This book is a great example of a ‘good book’ that successfully blends fun with educational value. Secondly, avoid books that oversimplify life. Fairy tales provide familiar and comforting stories for children, but they ca...

그럼 어떤 책이 좋을까?(1)

이전 글에서 전집을 있는 대로 디스 했으니 그럼 어떤 책이 좋은 책인지도 이야기해야 할 것 같다. 일단, 재미있는 책이 가장 좋은 책이다. 어른인 우리는 투자 대비 효율을 따지느라 같은 값이면 교훈과 지식도 얻었으면 좋겠지만 재미를 느끼지 못하면 아이들은 다시 그 책을 만지지도 않는다. 그러니 재미가 가장 우선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재미만' 있는 책을 아이에게 줄 수는 없다. 맛도 있으면서 영양도 높은 책을 골라내는 안목이 있어야 하니 엄마 노릇이 어렵다. 의외성을 가진 이야기가 재미있다. <친구의 전설>(이지은 글. 그림, 웅진주니어)이라는 멋진 책이 있다. 이젠 표지만 보아도 작가의 내공이 느껴지고 아이들이 좋아할지 아닐지 감이 오는데, 이 책은 보자마자 '이거네!' 했다. 호랑이와 민들레의 만남이라는 설정 자체가 매우 독특하고 그림이 정말 만화스러워 아이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다. 어느 날 갑자기 호랑이에게 찾아와 꼬리에 뿌리를 내리고는 호랑이와 쏘울메이트가 된 민들레. 둘의 우정이야기가 가슴 뭉클하다. 등장 인물도 낯설고 벌어지는 사건도 예측을 벗어나는데 그 안에는 우정이라는 깊고 따뜻한 메시지가 있다. 이런 책이 재미에 교훈을 잘 녹여낸 '좋은 책'이다. 두 번째로 삶을 단순화시키는 책은 피하자. 동화는 아이들에게 익숙하고 편안한 이야기를 제공하지만, 때로는 그것이 삶의 복잡성을 과도하게 단순화시키는 경향이 있다. 이런 단순화된 이야기는 아이들이 삶을 가볍게 받아들이는 경향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이것은 선과 악의 구분이 명확한 전래동화가 고학년 어린이들에게는 부적합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학년이 높아질수록, 아이들은 삶의 복잡성을 이해하고, 그것을 반영하는 창작동화를 선호하게 된다. 또한, 축약본이나 만화책으로 고전을 접하는 것은 그 작품의 본질적인 가치를 희석시키며, 아이들이 그 작품에서 깊은 생각을 할 기회를 박탈하게 된다. 예를 들어, '걸리버 여행기’의 어린이용 축약본이나 만화본은 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