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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조금만 더

내가 딱 싫어하는 그림체여서 누가 추천한 책이 아니었다면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표지였다. 표지만 봐도 어떤 책인지 감이 온다 했지만 사실 사람도 책도 외모로만 판단해서는 안된다. 이 책은 진실로 재미와 감동, 박진감에 반전까지 갖춘 수작이다. 상을 몇 개나 탔는지 헤아리기도 어렵다. 이런 책은 반드시 클래식의 반열에 오른다. 어느 날 윌리의 할아버지가 이유 없이 시름시름 앓아누우신다. 할아버지의 전부라고 할 수 있는 감자농장이 밀린 세금 때문에 경매에 넘어갈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윌리의 결정은 신속하다. 주저하거나 고민할 겨를이 없기 때문이다. 윌리는 농장을 지키려고 고군분투하지만 혼자 힘으로는 어림도 없다. 당찬 소년 윌리는 개 썰매 대회의 상금을 보고는 전재산 50달러를 내고 대회에 나가기로 한다. 동네 어른들은 잘못된 선택이라며 윌리를 말리지만 윌리의 결심은 흔들리지 않는다. "얼음 거인이 경주에서 진 적이 없다는 말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윌리는 걱정하지 않았다. 이기기로 결심했기 때문이다. 윌리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윌리는 이기기로 결심했기 때문이다. 얼음 거인이라해도 막을 수 없었다." 본문 중에서 윌리는 충실한 친구 같은 반려견 번개와 함께 한다. 동심은 이미 삶아 먹은 지 오래된 책선생인 나는  매일 번개와 함께 달리는 윌리를 보며   '이런 다윗과 골리앗 게임에서는 당연히 다윗이 이기지...' 라고 생각하며 작가가 어떻게 이 게임을 마무리할까를 기대하며 읽어 내려갔다. 윌리는 경기 당일 꽤 선전을 한다. 결승전 통과를 눈앞에 둔 순간 당찬 윌리도 감당하기 어려운 비극이 일어난다. 할아버지와 윌리의 사정을 아는 듯 사력을 다해 뛰었던 번개의 심장이 터져 죽은 것이다. 번개는 있는 힘을 다해 달렸다. 결승전까지 30미터 남았다. 그때 번개의 심장이 터졌다. 번개는 그 자리에서 죽었다. 아무 고통 없이. ​ 온 도시가 말없이 윌리를 지켜보았다. 윌리는 번개를 끌고 마지막 3미터를 걸어 결승선을 지났다...
최근 글

So, What's the good book?(1)

In the previous post, I criticized buying complete book sets. In this post, I think we should discuss what makes a good book. First and foremost, a good book is an enjoyable one. While we adults may prioritize educational value, if a book isn’t fun, kids won’t touch it again. So, fun is the top priority. But that doesn’t mean we can just give kids books that are ‘only’ fun. We need to find books that are both tasty and nutritious, so to speak. It’s not easy being a mom! Stories with unexpected elements are fun. There’s a fantastic book called “The Legend of a Friend” (written and illustrated by Lee Ji-eun, Printed by Woongjin Junior). The premise of a tiger and a dandelion becoming friends is very unique, and the cartoon-like illustrations are sure to appeal to kids. This book is a great example of a ‘good book’ that successfully blends fun with educational value. Secondly, avoid books that oversimplify life. Fairy tales provide familiar and comforting stories for children, but they ca...

그럼 어떤 책이 좋을까?(1)

이전 글에서 전집을 있는 대로 디스 했으니 그럼 어떤 책이 좋은 책인지도 이야기해야 할 것 같다. 일단, 재미있는 책이 가장 좋은 책이다. 어른인 우리는 투자 대비 효율을 따지느라 같은 값이면 교훈과 지식도 얻었으면 좋겠지만 재미를 느끼지 못하면 아이들은 다시 그 책을 만지지도 않는다. 그러니 재미가 가장 우선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재미만' 있는 책을 아이에게 줄 수는 없다. 맛도 있으면서 영양도 높은 책을 골라내는 안목이 있어야 하니 엄마 노릇이 어렵다. 의외성을 가진 이야기가 재미있다. <친구의 전설>(이지은 글. 그림, 웅진주니어)이라는 멋진 책이 있다. 이젠 표지만 보아도 작가의 내공이 느껴지고 아이들이 좋아할지 아닐지 감이 오는데, 이 책은 보자마자 '이거네!' 했다. 호랑이와 민들레의 만남이라는 설정 자체가 매우 독특하고 그림이 정말 만화스러워 아이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다. 어느 날 갑자기 호랑이에게 찾아와 꼬리에 뿌리를 내리고는 호랑이와 쏘울메이트가 된 민들레. 둘의 우정이야기가 가슴 뭉클하다. 등장 인물도 낯설고 벌어지는 사건도 예측을 벗어나는데 그 안에는 우정이라는 깊고 따뜻한 메시지가 있다. 이런 책이 재미에 교훈을 잘 녹여낸 '좋은 책'이다. 두 번째로 삶을 단순화시키는 책은 피하자. 동화는 아이들에게 익숙하고 편안한 이야기를 제공하지만, 때로는 그것이 삶의 복잡성을 과도하게 단순화시키는 경향이 있다. 이런 단순화된 이야기는 아이들이 삶을 가볍게 받아들이는 경향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이것은 선과 악의 구분이 명확한 전래동화가 고학년 어린이들에게는 부적합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학년이 높아질수록, 아이들은 삶의 복잡성을 이해하고, 그것을 반영하는 창작동화를 선호하게 된다. 또한, 축약본이나 만화책으로 고전을 접하는 것은 그 작품의 본질적인 가치를 희석시키며, 아이들이 그 작품에서 깊은 생각을 할 기회를 박탈하게 된다. 예를 들어, '걸리버 여행기’의 어린이용 축약본이나 만화본은 걸리...

Thank you, Mr. Falker

This book is one that needs no words for me and my eldest daughter, Sarah. The protagonist, Trisha, lives with her mother, brother, grandmother, and grandfather after her parents’ divorce. Trisha, who had a hard time reading, finds school life difficult. After her grandmother and grandfather, who always gave her strength and courage, passed away, Trisha’s family moved. She wanted to get along well at the school she transferred to, but she was severely teased by the pranksters because she was not good at anything other than drawing and especially became a fool during literacy class. Trisha, who used to avoid teasing and always be alone, meets Mr. Falker and comes out from darkness to light. Mr. Falker and the reading guidance teacher keep Trisha after school for reading guidance, and after several months of effort, Trisha finally reads a book and learns what it is like to pursue knowledge. I remember crying a lot while reading this book to my three children. There were several reasons, ...

Dear Mr. Henshaw

I finally finished reading Mary Shelley’s “Frankenstein” that I had been reluctantly reading. It’s not so enjoyable to read a novel, following the author’s narrative description, when you already know the content. I think having to read a book you don’t want to read for a class is one of the things to be thankful for though... ^^ There was this in the preface written by Mary Shelley: As Sancho said, everything has a beginning. And that beginning is always connected with something that existed before. From the preface of “Frankenstein” I ended my first reading diary, “Thank You, Mr. Falker,” with a suggestion to write a letter to the author of the book that moved you. So, to continue writing in a chain, I chose a book about writing a letter to an author. “Dear Mr. Henshaw". This book is a treasure I found in Aladdin during the days when we lived with my in-laws after returning from Shanghai, and I took refuge in libraries and cafes whenever I had the chance. The illustrations were ...

고맙습니다, 선생님

Thank you, Mr. Falker. By Patricia Polacco   이 책은 나와 큰딸 명이에게 두 말이 필요 없는 그런 책이다. ​ 주인공 트리샤는 부모님의 이혼 후 엄마, 오빠,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산다. 읽는 게 유난히 힘들었던 트리샤는 학교생활이 힘들다. 자신에게 늘 힘과 용기를 주시던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트리샤네는 이사를 간다. 전학 간 학교에서 잘 지내보고 싶었지만 그림 외에 잘하는 것이 없고 특히 국어 수업 시간에 바보가 되어버리는 트리샤를 장난꾸러기들은 심하게 놀린다. 놀림을 피해 다니며 늘 혼자 지내던 트리샤는 포커 선생님을 만나 어둠에서 빛으로 나온다. 포커 선생님과 독서지도 선생님은 트리샤를 방과 후에도 남겨 읽기 지도를 하고 트리샤는 결국 몇 달간의 노력 끝에 책을 읽어내고 지식을 찾아가는 행복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 이 책을 나의 세 아이들에게 읽어주며 펑펑 울었던 기억이 난다.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책 속의 트리샤와 우리 큰딸이 비슷했기 때문이다. 명이는 글을 읽을 때 많이 머뭇머뭇했고 글자를 빠뜨리고 읽을 때가 많았으며 글밥이 많은 책을 보면 어지럽다고 했다. 엄마인 나는 명이가 난독증인 것 같다고 혼자 진단했지만 남편은 좀 더 기다려보자 했다. 결국 초등학교 4학년쯤 되어 소아정신과에서 난독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치료라는 것이 시간과 노력이 드는 것인데 우리는 중국에 있었고, 학습적 접근 방법 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없었다. 이 책은 진단을 받기 훨씬 전에 읽었지만 늘 내 맘에 남아있었다. 패트리샤 폴라코 선생님의 책이 감동을 주는 이유는 책의 소재가 자신의 경험이기 때문이다. 마지막 페이지에서 주인공 트리샤가 바로 자신인 패트리샤 폴라코라고 밝힌다. 학교 졸업 한참 후 어떤 결혼식에서 포커 선생님을 만나 글자 하나 제대로 읽지 못했던 트리샤가 이제 어린이책 작가가 되었노라고 말한 장면에서는 뭉클함을 가라앉히기 힘들었다. 인생에서 꼭 누리고 싶은 축복을 고르라 한다면 '만남...

헨쇼 선생님께

Dear Mr. Henshaw By Beverly Cleary   오늘 드디어 마지못해 읽던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을 끝냈다. 내용을 다 아는 소설을 작가의 서사적 설명을 따라가며 읽어내는 작업이 그리 즐겁지는 않다. 읽고 싶지 않은 책도 수업을 위해 읽어내야 하는 건 감사해야 할 일 중 하나라고 생각하지만...... ^^ 메리 셸리가 쓴 서문에 이런 내용이 있었다. 산초가 말한 대로 모든 것에는 시작이 있게 마련이다. 그리고 그 시작은 앞서 존재했던 무언가와 반드시 연결되어 있다 <프랑켄슈타인>의 서문 중에서 처음 썼던 샘의 독서 일기의  <고맙습니다, 선생님>의 끝에 작가에게 편지를 써보라는 말로 마무리를 했다. 그래서 사슬처럼 연결되는 글쓰기를 하기 위해 작가에게 편지를 쓰는 내용의 책을 골랐다. <헨쇼 선생님께>... 이 책은 우리가 상해에서 돌아와 시댁에 얹혀살 때, 틈만 나면 도서관, 카페 등으로 피신하던 시절 알라딘에서 발견한 보물이다. 그림이 참 좋았다. 굵은 연필 자국이 그대로 드러난 수채화가 우리 주인공 리 보츠의 마음처럼 맑다(원작의 그림은 다르다. 한국어판은 이승민 선생님이 그려주셨는데, 원작보다 백 배 천 배 낫다! 그 따뜻함이란!). 리 보츠는 아빠와 이혼한 엄마와 함께 주유소 옆 방 한 칸짜리 오두막 같은 집에 산다. 엄마는 외식 출장 업체 직원이고 그 덕에 엄마네 사장님이 챙겨준 근사한 뷔페 음식을 도시락으로 싸 가곤 한다. 초등학교 2학년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읽어주신 <개를 재미있게 해 주는 방법>의 작가인 헨쇼 선생님께 편지를 쓰게 된다. 처음에는 수업 과제이니 시작했지만 편지 교환은 전학 와서도 계속되고 내용도 깊어진다. 헨쇼 선생님이 보낸 리에 관한 10가지 질문에 답을 하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헨쇼 선생님께 보내는 편지는 헨쇼 선생님께 보내는 편지 형식의 일기가 되고 다시 자신의 이야기를 덤덤히 풀어내는 비밀일기로 변한다. 그런 과정에서...